중국 반도체 수출 136% 폭증, 그런데 물량은 1%

10월 14일 중국 해관총서가 9월 무역통계를 내놨습니다. 숫자만 보면 입이 벌어집니다. 수출 4,471억 8,000만 달러, 전년 대비 36.3% 증가. 8월(25.0%)을 훌쩍 넘어섰고, 로이터가 모은 시장 전망치 25.5%도 가볍게 뛰어넘었습니다. 수입도 31.0% 늘어 3,136억 5,000만 달러. 9월 한 달 무역흑자만 1,335억 3,000만 달러입니다(8월 1,190억 9,000만 달러).
누적으로 보면 더 극적입니다. 1~9월 흑자가 9,381억 1,000만 달러. 지난해 연간 1조 1,889억 8,000만 달러라는 기록을 썼는데, 올해는 10월 통계 발표 때 1조 달러 선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136%의 정체는 '가격'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반도체입니다. 9월 집적회로(IC) 수출액 449억 5,100만 달러, 전년 대비 136% 증가. 전체 수출 증가율의 약 3.7배죠. 그런데 한 줄만 더 내려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달 수출 물량은 327억 개, 증가율은 단 1%였습니다.
물량은 제자리, 금액은 두 배 반. 범인은 명백히 가격입니다. 동방금성의 왕칭 수석연구원도 "단가 상승이 반도체 수출액 고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라고 짚었습니다. 중국의 1~9월 IC 수입 역시 56.6% 늘었고, 메모리 관련 부품 수입은 1.5배로 뛰었습니다. 팔면서 동시에 사들이고 있다는 뜻이고, 그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있습니다.
한국 숫자도 같은 함정을 품고 있습니다
관세청 10월 1~1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수출 261억 달러, 그중 반도체가 122억 달러로 170.9% 급증해 전체의 46.7%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전체 증가율 102.0%라는 숫자는 조업일수 차이(5.5일 대 3.5일)가 만든 착시에 가깝습니다. 일평균 수출은 47억 5,000만 달러로 28.5% 증가. 이게 체감에 더 가까운 숫자입니다.
그래서 우리 기업은?
첫째, 메모리를 '쓰는' 기업은 지금 원가표를 다시 열어야 합니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가 전분기 대비 10~15%, 낸드는 15~20%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PC·스마트폰 제조사들이 SSD 용량을 줄이고 재고를 끌어다 쓰는 국면입니다. 연간 단가로 묶인 수출 계약이 있다면 가격 조정 조항부터 점검하시죠.
둘째, 반도체가 아닌 품목을 다루신다면 호황 헤드라인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월초 속보성 지표는 반드시 일평균 기준으로 환산해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셋째, 리스크는 양방향입니다. 중국 흑자가 1조 달러에 다가갈수록 EU·미국의 리밸런싱 압박과 세이프가드 카드는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편에는 가격이 떠받친 호황의 취약성이 있습니다. 컨퍼런스보드의 막스 쩽라인은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 둔화가 다른 나라의 교역 제한 조치보다 중국 수출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MF도 중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을 4.5%로 0.1%포인트 낮췄습니다.
가격이 만든 호황은 가격이 꺾이는 날 끝납니다. 숫자가 좋을 때 계약서를 손보는 것이, 가장 값싼 보험입니다.
참고 자료
- 중국 9월 수출 36.3% 급증, 반도체 수출 136% 폭증
- 중국 9월 수출 36.3% 급증…올해 무역흑자 1조달러 '바짝'
- 美가 때릴수록 더 잘나가네…中 반도체 수출 136% 폭증
- 10월 1~10일 무역수지 38억 달러 흑자…반도체 수출 171% 급증
- China's trade surplus reaches $938 billion as exports surge 36.3%
- AI 서버가 웨이퍼 빨아들이자 PC 부품 고갈 경고… 4분기 메모리 계약가 최대 20% 뛴 내막
작성자 알파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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