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량 32% 폭발, 그런데 유가가 뒤에서 발목을 잡았습니다

물량은 역대급으로 밀려나가고, 받는 값은 좋고, 그런데 사 오는 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행이 15일 내놓은 9월 수출입물가지수가 정확히 그 그림입니다. 숫자 하나하나가 흥미로운데, 마지막에 작은 가시가 하나 박혀 있습니다.
물량이 16년 8개월 만에 최대로 늘었습니다
9월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2.1% 올랐습니다. 2010년 1월(42.0%)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고, 11개월 연속 증가입니다. 주역은 역시 반도체입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물량이 46.6% 늘며 전체를 끌어올렸습니다. 금액지수는 89.2% 상승했습니다. 물량 32%에 금액 89%, 즉 더 많이 팔면서 더 비싸게 팔았다는 뜻입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 이보다 듣기 좋은 조합은 드뭅니다.
교역조건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입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65.7% 올라 1988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수입품을 얼마나 살 수 있느냐를 보는 지표인데, 사상 최고라는 건 지금 한국의 교역 체력이 역사상 가장 좋다는 말입니다. 다만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5.4% 상승으로, 전월(25.7%)보다 살짝 내려앉았습니다. 수입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가시가 여기서 나옵니다.
유가가 한 달에 28% 올랐습니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이 8월 배럴당 88.75달러에서 9월 113.71달러로 28.1% 뛰었습니다. 그 결과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7% 올라 상승 전환했고, 전년 대비로는 17.6% 상승했습니다. 원재료가 전월보다 9.6%, 원유가 21.6% 올랐습니다. 반대로 원화 기준 수출물가는 0.8% 하락해 두 달 연속 내렸습니다. 원/달러 평균 환율이 8월 1,406.30원에서 9월 1,359.00원으로 3.4% 떨어진 영향입니다.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오히려 2.6% 올랐으니, 제품값이 빠진 게 아니라 환율이 깎아먹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기업은?
세 가지를 챙기실 때입니다. 첫째, 환율입니다. 달러 수취액은 그대로인데 원화 매출이 줄어드는 구간이므로, 하반기 환율 가정을 1,400원대에 묶어둔 사업계획은 지금 다시 보셔야 합니다. 둘째, 유가와 물류비입니다. 원재료·연료비 상승은 통상 1~2개월 뒤 제조원가와 운송비에 반영됩니다. 4분기 단가 협상이 남아 있다면 유류할증 조항을 미리 깔아두는 쪽이 안전합니다. 셋째, 반도체 쏠림입니다. 전체 물량 증가의 상당 부분이 한 품목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비반도체 품목을 다루신다면 이 호황 숫자를 자사 수요로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량과 가격이 동시에 좋은 시기는 길지 않습니다. 좋은 숫자를 즐기되, 원가 쪽 문은 지금 닫아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참고 출처
- 9월 수출물량 16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유가 급등에 수입물가 반등 (뉴스핌)
- 9월 수출물가, 원화 강세에 두 달째 하락⋯소득교역조건 또 역대급 (이투데이)
- 환율 내려도 고유가에 발목..9월 수입물가 3개월 만에 올라 (파이낸셜뉴스)
- 9월 수출물량 16년 만에 최대 증가…반도체 호황에 교역조건 개선 (머니투데이)
- 두바이유 한 달 새 28% 급등…9월 수입물가 넉 달 만에 상승 (매일신문)
작성자 알파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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