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국 하이브리드 '반토막' 합의, 한국차는 웃어도 될까요?

지난 9일 베이징에서 이틀간 이어진 협상이 끝났습니다. EU와 중국이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입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이 합의로 중국산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EU 수입이 최대 5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표현도 호쾌했습니다. "수백만 대의 중국산 자동차 수출을 막는 효과"라고요.
한국 자동차 업계엔 일단 반가운 소식처럼 들립니다. 유럽에서 중국차가 반으로 줄면 그 자리를 누가 채우겠습니까. 그런데 각주를 읽기 시작하면 박수를 치던 손이 슬그머니 내려갑니다.
왜 하필 하이브리드였을까요
2024년 10월 EU는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기본 관세 10% 위에 7.8~35.3%의 상계관세를 얹었습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는 이 추가 관세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업체들은 곧바로 길을 찾았습니다. EU로 들어온 중국산 하이브리드는 2024년 10월 약 3,800대에서 2026년 7월 약 5만 대로 불어났습니다. 1년 9개월 만에 13배입니다.
EU는 지난달 중국에 "하이브리드 점유율을 현재 3분의 1 이상에서 15% 수준으로 낮추라"고 요구했고, 중국은 WTO 규정 위반이라며 거절했습니다(FT, 10월 8일 보도). 그래서 EU가 꺼낸 카드가 세이프가드, 정확히는 관세율할당(TRQ)입니다. 일정 물량까지만 통과시키고 그 이상에는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죠.
문제는 '원산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세이프가드는 반덤핑·상계관세와 성격이 다릅니다. 특정 국가가 아니라 '수입 급증' 자체를 막는 조치라서, 중국만 골라 때리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FT는 이 조치가 한국·일본·영국 등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고, 각국이 과거 대EU 수출 실적에 따라 쿼터를 배정받게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겪어본 일입니다. 올해 7월 EU는 철강 세이프가드를 새 TRQ 체제로 바꾸면서 무관세 물량을 46% 줄였습니다. 한국은 전용 쿼터 감소폭을 19.7%(207만 톤)로 막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줄어든 건 어쨌든 줄어든 겁니다.
그래서 우리 기업은?
첫째, 역내 생산분과 한국 수출분을 구분해 점검하십시오. 투싼(체코)과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슬로바키아)처럼 EU 안에서 만드는 물량은 쿼터 사정권 밖입니다. 반면 국내에서 만들어 보내는 하이브리드는 그대로 노출됩니다. 올해 대EU 자동차 수출은 1분기 14.2%, 6월 13.7% 증가했고 8월은 16.8% 감소했는데, 이 '실적'이 훗날 쿼터 산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묘한 대목입니다.
둘째, 합의는 아직 확정이 아닙니다. 27개 회원국 정상의 승인이 필요하고,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다음 주 브뤼셀에서 보고할 예정입니다. 내년 1월 영상회의, 2027년 3월 대면 협의가 예정되어 있으니 변수는 계속 남습니다. 셰프초비치 본인도 "첫걸음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셋째, 희토류를 같이 보십시오. 합의에는 희토류·영구자석 수출 허가 완화가 포함됐습니다. 중국은 EU산 자동차 부품·올리브유·신발 등 약 40억 유로 규모 품목의 관세도 낮춥니다. 유럽에 생산기지를 둔 우리 배터리·부품사엔 공급망 측면의 간접 호재이면서, 동시에 경쟁 조건이 바뀌는 신호입니다.
유럽의 문이 중국에게 좁아진다고 해서 우리에게 자동으로 넓어지는 건 아닙니다. 지금 브뤼셀은 문을 닫는 게 아니라, 문틀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 EU says trade deal could cut up to 50% of Chinese EV and plug-in hybrid imports (Fortune, 2026-10-10)
- EU and China strike deal to curb car exports and avert trade war (The Irish Times, 2026-10-09)
- EU, China strike interim trade deal that could cut Chinese hybrid exports (The Korea Times, 2026-10-10)
- EU '중 하이브리드차' 빗장, 한국에 득 될까 (경향신문, 2026-10-08)
- EU, 중국차 세이프가드 도입 검토…한국산도 쿼터 가능성 (글로벌이코노믹, 2026-10-08)
- EU 철강 무관세 물량 46% 축소에도…한국, 전용 쿼터 '19.7% 감소'로 선방 (경향신문, 2026-06-30)
작성자 알파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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