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AI 칩 밀수에 '징역'을 붙인다 — 관세 15%의 청구서가 도착했다

관세 협상이 끝나면 다 끝난 걸까요. 대만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답은 "아니오"입니다. 지난 2월 미국과 상호무역협정에 서명하고 상호관세를 20%에서 15%로 내린 대만이,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가가 투자금이나 구매 약속이 아니라 수출통제법 개정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벌금에서 징역으로
궁밍신 대만 경제부장은 10월 16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AI 서버와 첨단 반도체를 수출통제 품목에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근거로 든 것이 미국과의 상호무역협정에서 한 "상당한 약속"이었습니다. 이 협정은 대만이 실효성 있는 수출통제 체제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만의 전략적 고도기술 품목 목록은 12개 분류뿐이고, AI 칩과 완성형 서버는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으로 몰래 넘겨도 민사 과징금 6만~300만 대만달러(약 1,875~9만 3,750달러)가 끝이었죠. 여기에 중국을 '통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하면 대외무역법 제27조가 적용되어 최대 징역 5년이 됩니다. 과징금과 징역은 기업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리스크입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사건들이 밀어붙였습니다. 올해 5월 대만 지룽 검찰은 서버 약 50대 유출 사건으로 3명을 구속했는데, 수출통제 위반 조항이 없어 문서위조와 배임으로 기소해야 했습니다. 8월까지 엔비디아 직원 1명을 포함해 9명이 기소됐습니다. 10월 9일에는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약 25억 달러 규모 슈퍼마이크로 서버 우회 수출 사건의 피고인이 4개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Epoch AI는 2025년 말까지 H100 환산 29만~160만 대가 중국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규모가 이 정도면 '단속 의지'가 아니라 '법 조항'이 없는 게 문제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 기업은?
첫째, 관세 협상의 청구서 항목이 늘었다는 점을 봐야 합니다. 그동안 투자액과 구매 약속에 시선이 쏠렸지만, 통상 합의의 이행 조건에 수출통제 정비가 들어가는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한국은 반도체 232조 품목관세에서 "한국보다 큰 규모의 합의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약속받은 상태인데, 그 비교 대상이 대만이라면 혜택만 벤치마킹될 리는 없습니다.
둘째, 우회수출 관리가 영업 이슈에서 법무 이슈로 올라갑니다. 동남아 거점을 거치는 AI 서버·GPU·부품 거래라면 최종 사용자 확인 문서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해선 안 됩니다. 과징금을 각오하던 거래가 형사 리스크로 바뀌는 순간, 담당자 개인까지 노출됩니다.
셋째, 회색 채널이 좁아지면 정상 수요는 남습니다. 대중국 비중이 낮고 컴플라이언스가 정비된 기업에는 단기 불편보다 중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통상 협정은 서명하는 순간이 아니라, 국내법을 고칠 때 비로소 발효됩니다.
참고 자료
- 대만, 中 AI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밀수출 땐 형사처벌 (아시아경제)
- Taiwan to Criminalize Unauthorized AI Chip Exports to China (Tech Times)
- US and Taiwan sign 'pivotal' deal to cut tariffs (Al Jazeera)
- A Month in Semiconductor Policy: Section 232 Measures, BIS Rule, and Taiwan Deal (Global Policy Watch)
- 대만, 美 단속 발맞춰 중국 AI 칩 수출 통제 강화 추진 (ZDNet Korea)
작성자 알파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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