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사상 첫 600억 달러 돌파, 그런데 승용차는 마이너스였습니다

한국은행이 11월 5일 내놓은 '2026년 9월 국제수지(잠정)'는 숫자만 보면 축포를 쏴도 모자랍니다. 9월 경상수지 흑자가 614억 6000만 달러. 월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 600억 달러를 넘었고, 당연히 역대 최대입니다. 8월(461억 1000만 달러)보다 153억 달러 많고, 1년 전 같은 달(142억 2000만 달러)의 네 배를 웃돕니다. 1~9월 누적 흑자는 3406억 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38억 9000만 달러)의 네 배 수준입니다.
상품수지도 역대 최대, 주인공은 역시 그 녀석
상품수지는 627억 5000만 달러 흑자로 종전 최대였던 6월(478억 9000만 달러)을 가볍게 넘겼습니다. 수출 1307억 2000만 달러(전년 동월 대비 +92.4%), 수입 679억 7000만 달러(+29.4%). 월 수출이 네 달 연속 10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주인공은 짐작하신 그대로입니다. 통관 기준 9월 반도체 수출 605억 달러, 전년 대비 260.3% 증가. 다만 내역을 열어보면 결이 조금 다릅니다. 수출가격이 182.1% 오르고, 물량은 30.5% 늘었습니다. 이 흑자의 상당 부분은 '더 많이 팔아서'가 아니라 '더 비싸게 팔려서' 들어온 돈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달, 전혀 다른 체감
그래서 같은 9월인데 체감이 갈립니다. IT 품목 수출은 195.8% 늘었지만, 비IT 품목은 13.4% 증가에 그쳤습니다. 석유제품이 73.3% 뛴 반면 철강제품은 6.7%, 기계류·정밀기기는 6.3%, 승용차는 오히려 5.6% 줄었습니다. 서비스수지는 33억 5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16억 80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폭이 두 배가 됐고, 외국인은 9월 국내 주식을 137억 4000만 달러 순매도했습니다. 역대급 흑자와 같은 달에 벌어진 일입니다. 한국은행도 반도체를 뺀 품목 수출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 호조가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번지는지는 더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기업은?
첫째, 환율 가정을 다시 점검하실 때입니다. 사상 최대 흑자는 통상 원화 강세 압력으로 돌아옵니다. 반도체가 벌어온 달러가 비반도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깎는, 꽤 얄궂은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4분기 단가 협상과 환헤지 계획에 이 시나리오를 한 줄 넣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K-수출 역대 최대' 헤드라인을 자사 영업 지표로 착각하지 마십시오. 비IT 13.4%, 승용차 -5.6%가 더 솔직한 눈금입니다. 바이어나 금융권에 실적을 설명할 때도 전체 평균보다 업종 지표를 들고 가는 쪽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셋째,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흑자가 8월 전망치인 450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봅니다. 9월까지 누적이 이미 그 75.7%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반도체 가격이 조정되는 순간 이 숫자도 빠르게 되돌아갑니다. 호황의 꼭대기에서 세운 내년 사업계획이라면, 단가가 평년으로 내려오는 가정도 한 장 같이 만들어 두시길 권합니다.
역대 최대 흑자 뒤에는 '반도체'라는 괄호가 붙어 있습니다. 괄호 밖에 있는 기업이라면, 지금이 체력을 점검할 때입니다.
참고 출처
- 9월 경상흑자 614억 달러 역대 최대…사상 첫 600억 달러 돌파 (한국경제)
- 반도체 수출 날개 단 경상수지…9월 614억달러 '사상 최대' (머니투데이방송)
- 9월 경상수지 614억6천만달러 사상 최대…반도체 호황에 수출 쏠림 심화 (ㅍㅍㅅㅅ)
- 9월 경상수지 615억 달러…반도체 호조에 역대 '최대' (데일리안)
- 9월 경상수지 614억6천만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 (비즈니스포스트)
작성자 알파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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